
현대 발명품 중 생활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자동차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로 인한 범죄들도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이 ‘교통사고’이다. 그러나 여러 교통사고의 유형 중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이 ‘도주’였다.
교통사고에서 말하는 도주란, 인명사고를 낸 이후 구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후, 적절한 구호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은폐하기 위하여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의 문제가 심각해졌고, 결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이러한 뺑소니를 무겁게 처벌하는 입법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도주’의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로 도주 치상(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제5조의 3)에서의 ‘도주’는 ‘교통사고 가해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이탈하여 사고를 낸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게 하는 행위’라며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5369 판결)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실제로 도주의 개념을 다투며 무죄 선고를 받은 판결이 있다. 당시 운전자는 교통사고를 인지한 후 즉시 차에서 내려 친구와 함께 피해자를 인도로 옮겨 구호조치를 하였고, 함께 있던 피해자의 지인에게 인적 사항을 알려주었다. 그 후 사고 차량이 교차로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차량을 주차시키기 위하여 약 2분간 자리를 이탈하였다. 그리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119 구급차량의 호송을 지켜본 후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현장을 떠나게 되었다.
이를 두고 수사기관은 운전자가 경찰이 도착하기 전 임의로 2분간 자리를 이탈한 것은 ‘사고를 낸 운전자의 확정을 곤란하게 한 행위’의 기수로 판단하여 공소를 제기하였고, 필자는 사고 직후 종합적인 상황을 고찰하여 운전자의 행위가 도주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최근 비접촉 교통사고와 같은 유형이 늘어나면서 실제 운전자가 차량 운행으로 인하여 타인의 부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리를 이탈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러한 경우 ‘도주’와 관련된 부분을 수사 초기부터 잘 항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필자의 아버지가 깊은 영면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가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매우 컸었다. 무엇보다 본인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그 마음을 배우고자 많이 노력해왔었다. 이 지면을 빌어 그 유지를 받들고, 이제는 편히 쉬시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법무법인 태림 부산 분사무소 임장범 변호사